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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 은실2012-05-26

 

금실 은실

짜장면과 짬뽕이 ‘짬짜면’이란 이름 아래 한집에 살기로 결심한 지 10여 년.
결코 섞이지 못할 것 같았던 금과 은의 액세서리도 이제는 함께 걸쳐줘야 멋스럽다.

 

 

 

 

점을 보러 갔다. 패션 피플에겐 일종의 취미다. 각박한 세상, 하도 믿을 게 없으니까 정신병원에 상담받으러 가는 것 같은 이치다. 평소 액세서리를 즐기는 나를 보자 무당이 하는 말, “당장 수제자로 들어오세요.” 금팔찌와 은팔찌도 하고, 금반지와 은반지도 했다. 금목걸이에 은목걸이도 빼놓지 않고 거니까 누가 봐도 작두 정도는 눈 감고도 탈 ‘신들린’ 액세서리 연출법으로 보였을 것. 여기에는 토를 달지 말자. 이 이야기에 주가 아닐 뿐더러 난 그냥 그게 좋으니까. 나 말고도, 여름이면 으레 당신 같은 남자들도, 가슴 근육을 펌핑하는 동시에 뭔가를 걸치고자 한다. 그것은 굵직한 줄이나 묵직한 장식이 달린 목걸이 하나 혹은 반지 하나에 만족하던 시대를 넘어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바야흐로 2012년, 남성 액세서리 연출에 휘황찬란한 전기를 맞고 있다. 굵은 금줄의 목걸이는 깍두기 형들의 전용으로 비로소 모두가 인식하게 되었고, 얇고 가는 줄의 목걸이나 팔찌를 겹쳐서 착용하거나 반지도 1개 이상 손에 껴 티셔츠와 청바지의 간단한 여름 스타일에 멋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 행위는 무드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깔끔한 슈트나 스키니한 로큰롤 의상과 잘 어울리는 금과 은으로 대표되는 메탈릭한 것과 통풍이 잘되는 리넨 소재나 배기한 피트의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가죽이나 니트, 혹은 나무 소재로 대표되는 히피적인 무드다. 그리고 이 둘은 웬만한 스타일링 고수가 아니고서야 잘 섞이기 힘들다. 로퍼를 신고, 니트 팔찌를 한 뒤에 금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이나 까만 블레이저와 가죽 바지에 나무로 된 팔찌와 은반지를 함께 끼는 것, 모두 다 어색하다.

 

자, 드디어 본론이다. 액세서리의 두 가지 무드 중 가장 대표되는 소재인 금과 은에 관한 것이다. 한 남자가 금목걸이에는 금반지와 금팔찌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심지어 순금이나 24K, 18K까지도 통일해야 멋지다고 말한다. 또 한 남자는 은목걸이에는 벨트의 버클이나 구두 장식까지도 은으로 된 것을 선택해서 일치감을 주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 고정관념이 야상 점퍼에 넥타이를 하고, 샌들에 양말을 신는 ‘믹스 & 매치’라는 시대의 사명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더 쉽게 말해 이번 여름 액세서리 유행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로 ‘믹스&매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두 가지 무드를 서로 혼용하는 것은 사실 패셔니스타가 아닌 이상 어렵다. 그렇지만 그 무드 안에서는 다양하게 소재를 섞어주는 것이 멋지다. 은색 스터드가 박힌 팔찌에 얇은 금줄의 팔찌를 함께 연출하면 은이 주는 쿨하지만 차가운 감정을 금이 주는 클래식하면서도 온화한 온기로 품어낼 수가 있다. 얇은 줄의 반지라면 한 손가락에 금과 은반지를 한두 개씩 같이 착용해야 무채색 슈트가 주는 딱딱함을 세련됨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금과 은뿐아니라 브론즈bronze로 불리는 청동 역시 금과 은 소재 목걸이에 함께 매치하면 단조로운 흰색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여름 액세서리는 보조가 아닌 주방장이다. 금과 은은 더 이상 물과 기름이 아닌 진과 토닉이다. 금과 은과 동은 토마토, 바질,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담긴 카프레제 샐러드다. 옷차림을 최대한 담담하게 해서 액세서리를 맛있게 먹어도 될, 한창 ‘뜨거운’ 계절이다.

 

 

 

 

EDITOR | 이현범
PHOTO | 김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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