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사람
후배가 큰맘 먹고 놀린다. “선배 이상형은 처음 보는 사람이잖아요.” 짐짓 놀라 대답한다.
“아니야. 패션계의 이상형이 처음 만난 사람이야.”
7월호 마감이 채 끝나지 않은 편집부지만 8월, 9월 심지어 12월호에 대한 기획 및 진행도 동시에 이뤄지는 게 패션지의 숙명이다. 7월호로 S/S 컬렉션 의상이 끝나고 8월호부터 시작될 가을 룩에는 또 그와 어울릴 만한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기 마련. 이른바 ‘톱Top’이라 불리는 프로페셔널한 모델도 좋지만 ‘뉴 페이스’를 선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남성 패션지’ 다운 화보를 기획할 수 있게 된다.
모 매니지먼트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A가 들어왔다고 하고 또 유명한 브로커인 모 매니저는 눈 감고 봐도 빛이 나는 최강 비주얼의 소년 모델을 영국에서 픽업했다고 한다. 궁금하다. 얼굴들이, 벌써부터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촬영하면 좋을지 가슴이 콩콩거린다.
1주일 전에는 이사를 했다. 2년 만에 하는 이사였고, 쉴 시간이면 누구보다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그것은 설렘 그 이상이었다. 남들에겐 펜트하우스라고 말해도 그저 옥탑방인 새집은 맨 꼭대기 층답게 햇볕도 심할 정도로 잘 들고 베란다가 방보다 더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다 보니 옷 방에 옷을 담아둘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워낙 옷을 좋아하는지라 늘 이삿짐센터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니까 공간만 탓할 노릇도 아니지만.
하여튼 고민 끝에 200피스 정도의 옷은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집들이에 올 사람들에게 원하면 나눠 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 옷 하나하나의 사연을 떠올리니 막내딸 시집보내는 아비마냥 마음 한쪽이 짠해왔다. 이 마음을 친한 바이어에게 전하니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살 때 추억이지 입은 추억은 아니잖아. 세 번 이상 입은 옷 있어? 그냥 또 사면 되지, 뭐.” 순간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중력 탓만은 아니었다.
EDITOR | 이현범
PHOTO | 최지웅
* 보다 자세한 내용은 <로피시엘 옴므> 2012년 7월호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