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RT.MENT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동대문아파트
| 종로구 창신동 328-17번지 | 1966년 입주 |
창신동 동묘역 사거리. 알록달록한 청춘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알고 보니 이곳엔 패션디자인 전문학교가 하나 있다. 그 바로 옆, 언뜻 지나치기 쉬운 건물이 바로 동대문아파트다.
1960년대, 아파트라는 건축 형태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전이었지만 새로운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수요는 생겨나고 있었다. 서구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이 좀 더 세련된 주거 공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때 만든 곳이 동대문아파트다.
배우며 가수들이 앞다퉈 입주하는 통에‘연예인 아파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좁다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문을 마주하고, 수도며 전기를 공용으로 쓰던 생활상은 남아 있다. ‘ㅁ’자 중정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입구에 들어서면 1층에는 장독대가 나란하고 공중엔 빨래가 걸려 있다.
왕궁맨션아파트
| 용산구 이촌동 300-11번지 | 1975년 입주 |
주변 신혼부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올림픽대로에서 보이던 그 아파트였다. 미색 일색인 동네에서 아주 연한 분홍색, 그리고 ‘왕궁 1’부터 ‘왕궁 5’까지 나란히 서 있는 풍경에 눈이 갔다.
5층짜리 5개 동, 250세대. 왕궁맨션아파트는 한강맨션아파트부터 시작된 동부이촌동 전성기를 함께한 아파트다. 건축 형태며 규모까지 딱 그 시대 표준을 얌전히 따랐다. 건축자가 그나마 마음대로 감각을 부린 면이 있다면 조경이 아닐지. 이곳엔 울창하고 기세 좋은 침엽수가 많다. 다섯 동이 사이좋게 뒤뜰을 가진 형태도 흥미롭다.
실제로 살아 보면 올림픽대로의 소음이 어느 정도나 될지 모르겠지만, 뜰에서 볕 받으며 책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곳 역시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그 부부네 집에 들릴 겸 왕궁맨션의 원형을 부지런히 즐겨야겠다.
서소문아파트
| 서대문구 미근동 215번지 | 1972년 입주 |
시내 한복판, 경찰청 뒤로는 기차가 다닌다. 대로변에서 철도까지 따라 들어가는 길에 있는 건물이 서소문아파트다.
9층짜리 1개 동으로, 하천을 복개한 자리에 그대로 지어서 물길처럼 굽이치는 곡선을 이룬다. 당시 지어진 아파트 중에서 외관으로 꽤나 눈길을 모은 곳이다. 또, 한 동에 126세대가 복작거리며 살다 보니, 이웃사촌이란 말처럼 이웃은 다 사촌이 되고도 남았다.
근처에는 미동초등학교와 경기초등학교가 있어 더더욱 또래 가정이 많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복도와 계단을 뛰어다니며 어울려 자랐을지 눈에 선하다. 지금은 1층에 커피숍이며 레스토랑 등이 있어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다. 교통이 편리하고 안전한 주변 환경, 그리고 채광이 좋은 덕에 지금도 인기가 높다. 특히 문인과 디자이너들이 작업실로 쓰는 경우가 제법 많다.
중산시범아파트
| 용산구 이촌동 211-4번지 | 1970년 입주 |
마른 고양이가 평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옆에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볕이 복숭앗빛이었다. 분홍색, 연두색, 노란색의 직사각 건물과 초록 식물, 오톨도톨한 통행로가 부대끼는 이곳은 중산시범아파트다.
원효대교를 건널 때면 늘 목을 빼고 바라다보던 곳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예쁜 아파트 단지가 있다니, 감탄하면서. 1층엔 상점 등이 들어와 있는데 보통 살림집을 겸하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작고 가지런한 계단을 사이로 층마다 두 집씩 마주 보고 있다. 7층짜리 아파트니, 당시엔 초고층 소리 들었겠다. 지금도 옥상에서는 한강철교와 여의도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러니, 아파트 담벽에 개발 사업과 토지 소유권에 대해 무시무시한 말들을 써놓은 이유를 알겠다. 우리 그냥 이대로 살게 해주면 안 되나요? 이런 마음 아닐지.
EDITOR | 김보미
PHOTO | 이수현
* 보다 자세한 내용은 <로피시엘 옴므> 2012년 5월호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